[중앙일보 강병철.박종근] "물이 흐르면 무지개가 피어오를 것 같아요."(맑은내 다리에서 청계천을 바라보던 방학중 1년 박예진양).
"유럽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운 도심 하천을 다시 찾게 되는 서울 시민들이 무척 행복해 보이네요."(모전교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 엘레나 즈베레바).
1일 열린 `청계천 미리보기 시민걷기 대회`에 3만여 시민이 참가해 청계천을 거닐며 환호성을 질렀다. 일제가 복개공사를 한 1937년부터 따지면 68년, 58년 재개된 복개공사부터 따지면 47년 만에 청계천이 원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10월 1일 완공된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5`의 개막 행사로 펼쳐진 이날 걷기대회는 오전 11시 청계천 하류 지점인 신답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서울광장까지 6.5㎞ 구간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 미리 걷기대회에 참가 신청한 2만여 명 이외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찾아와 함께 청계천을 둘러봤다. 시민들은 한 손에 청계천 복원지도를, 다른 손에는 라디오를 들고 교통방송에서 제공하는 특별 생방송을 들으며 5개월 뒤 완전 복원되는 청계천을 그려보는 모습이었다. 청계천 다리 곳곳에서는 농악 및 탈춤놀이 등이 펼쳐지며 참가 시민의 흥을 돋웠다.
충주 사과나무 120여 그루가 심어진 청계천 하류 지점 고산자교 부근에서 만난 김정한(61.중구 신당동)씨는 "청계천이 아름다운 빨래터였다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구간에 사과나무가 제대로 자란다면 마치 도심 속에 아기자기한 시골 길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
행사 도중 청계천 중간지점인 버들 다리에서는 장애인 450여 명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따뜻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온 지체장애인 곽귀근(53)씨는 "2002년 청계천 8가에서 노점상을 할 당시 청계천 복원을 반대했다"면서 "청계천이 좋은 모습으로 돌아와 기쁘지만 이곳에서 다시 노점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현재 청계천 복원 공사는 공정률 90%로 하천변의 조경 작업과 산책로 공사가 한창이다. 청계천 22개 다리 중 문화재 지정으로 공사 속도가 더딘 광통교와 수표교, 재시공 중인 모전교를 제외하곤 대부분 마무리 작업만 남은 상태다. 산책로와 다리에는 이미 덩굴식물이 자라는 등 자연하천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청계천에 물이 흐르지 않아 10월 복원 때 과연 물이 제대로 흐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에 도착하면서 "청계천이 완공되면 서울도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게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도심 속 명물을 갖게 될 것"이라며 "청계천이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마무리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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