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4-11-04 16:12]
“우리가 걸은 거리가 얼마나 되죠?”
“한 3㎞ 정도 되는것 같은데요.”
“저…혹시 중간에 쉬진 않나요?”
“코스가 끝날 때까진 당연히 안쉬죠. 젊으신 분이 체력이 이렇게 약해서 되겠습니까.”
만만하게 본 것이 실수였다. 30분이 넘어가니 허벅지가 땅겨오면서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어제 술 조금만 마실걸’ 하는 후회도 엄습했다. 파워워킹의 운동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운동효과 큰 파워워킹
파워워킹 전도사로 나선 구건서 교수(45·숭의여대 인터넷정보학과) 가족을 만나기로 하면서 들었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냥 파워워킹에 빠지게 된 계기와 가족이 걷는 모습만 취재하고 돌아오려 했으나 “걸으면서 인터뷰하자”며 걷기를 자연스럽게 ‘강요’한 구교수의 전략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나둘, 하나둘.” 구령에 맞춰 부인 우내경씨(39)와 아들 영회군(10), 딸 영주양(8)의 내딛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처음에는 “걷는게 힘들어 봤자”란 안이한 생각으로 쫓아갔다. 그러나 2년 넘는 ‘파워워킹 내공’은 역시 달랐다. 차츰 벌어지기 시작해 결국은 구교수가 기자에게 속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왔다. 부실한 하체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파워워킹은 건강지킴이
구교수가 걷기 시작한 것은 2년전. 혈압이 높아 고생하던 구교수는 서울시 워킹협회 회장을 지낸 당시 숭의여대 황덕호 학장의 권유로 파워워킹에 입문했다. 한번 걸어보니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85㎏을 넘나들던 몸무게는 75㎏으로 빠졌고 혈압수치도 160까지 올라가던 것이 20~30 정도가 낮아졌다.
가족들도 곧 걷기 대열에 동참했다. 숭의여대 뒤에 있는 남산순환도로가 주코스. 한옥마을에서 출발해 장충국립극장으로 나오는 8㎞ 코스는 파워워킹의 최적 코스다. 굴곡이 있고 주변풍경이 좋아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함께 걸으니 대화시간도 늘었다. 대화를 통한 가족단합은 보너스상품이다.
부인 우씨는 “나이가 들면서 우울해질 때도 있는데 걷다보면 잡념이 모두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돈도 안들고 가족들끼리 친목도 다질 수 있어 더 좋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전국이 걷기 열풍
남산순환도로에서 뛰는 사람 수는 걷는 사람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몇년전 크게 붐이 일었던 마라톤에 이어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왜 뛰기보다 걷기일까.
구교수는 “무릎 등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고 칼로리 소모가 많은 파워워킹이 유행하는 것은 대세”라며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어서는 나라에선 대부분 걷기가 유행한다”고 말했다. 같은 유산소운동이더라도 걷는 것이 다이어트 효과가 크기 때문에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은 걷기를 택한다는 말이다.
▶걷기 요령
자세만 정확하게 익힌다면 절반은 끝난 셈이다. 시선은 전방 15~20m 앞을 바라보고 턱은 약간 당겨야 한다. 가슴은 펴고, 어깨 힘은 뺀 상태에서 팔을 90도 각도로 구부려 크게 휘저으면서 걸으면 된다. 주먹이 코에서 눈 높이로 올라와야 하고 허리벨트 아래로 내려가면 안된다. 처음엔 쑥스러운 마음에 팔을 올리기 쉽지 않지만 적응만 되면 오히려 편하다.
팔자걸음은 피해야 한다. 양발은 11자를 유지해야 하고 보폭은 자신의 키에서 100㎝를 뺀 거리가 적당하다. 축적된 지방은 15분이 지나야 연소되기 때문에 최소 30분 이상은 걸어야 한다. 서울시 워킹협회 김경태 국장은 “정확한 자세를 배우고 싶으면 워킹협회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개최하는 걷기 모임에 참석하면 된다”고 밝혔다. 워킹협회 홈페이지(
http://www.walkingkorea.com)
<글 김준일·사진 김영민기자
ant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