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헬스섹션은 독자의 건강 궁금증을 전문가들이 직접 풀어주는 형식으로 지면을 개편한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 등을 통해 건강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과학적 기법으로 파악, 관련 의학회에 자문을 요청, 궁금증을 풀어주고 유익한 건강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로 ‘건강을 위한 걷기, 생활 속의 걷기’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 그에 해답을 대한가정의학회와 한국워킹(Walking)협회의 자문을 받아 제공한다. (편집자주)
엠비존 본지 걷기설문조사 귀찮아서 바빠서.... 3명 중 2명 30분도 안걸어
조선일보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비존이 전국 성인 301명에 대해 실시한 걷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인은 얼마나 걷지 않는 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응답자의 3명 중 2명은 하루에 30분도 걷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실 가기 등 일상생활에서의 걷기 등을 제외하면, 건강을 위해 걷는 시간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하루 중 걷는 시간도 출·퇴근시(42.0%) 또는 점심식사를 하러 나서는 시간(12.9%)이 대부분을 차지, 시간을 따로 내서 걷는 사람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왜 걷지 않는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귀찮다는 응답(42.5%)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걸을 시간이 없어서(32.3%)를 꼽았다.
기획- 하루 30분 이상 걷자
• 걷고 걸어보니....걷기예찬 4인이 모였다
• 한비야가 추천하는 걷기좋은 길 베스트5
• 3명중 2명, 하루에 30분도 안 걷는다
• 걸으면 우리 몸 어떻게 변하나
• 전문가는 답한다 "일상속 가장 쉬운 운동, 걷기"
하지만 응답자의 89.4%는 걷기가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대답, 마음은 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걷기와 관련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걷기 방법, 어느 정도 걸어야 효과가 있는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걷기 방법 등을 궁금해 했다.
이처럼 현대인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원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이는 운동을 운동화·운동복·운동장 등 형식과 장소를 갖춰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한 탓도 있다.
그러나 걷기는 모든 사람들이 하기에 가장 쉽고 친근한 운동 이다. 매일 꾸준히만 한다면 달리기와 맘먹는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부작용이 없으며, 걷는 동안 사색과 친교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전문가의 조언- 이렇게 걸어라
조선일보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 걷기 등 생활 속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이 안난다는 등의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바빠서, 게을러서 또는 시간의 여유가 없어 좀처럼 몸을 움직이기 힘든 현대인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걷기다.
걷는데 뭐 그리 운동 효과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걷기의 운동효과는 달리기의 절반에 이를 만큼 상당한 수준이다. 걷기와 같은 ‘저강도 운동’을 장시간 하는 것은 달리기 같은 ‘고강도 단시간’ 운동 효과를 대신할 수 있다.
걷기 효과, 성인병은 미리막고 기분도 좋아진다
걷기는 대표적 유산소운동으로, 운동 부족증으로 생기는 여러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우선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막아준다. 걸으면 혈액의 흐름이 좋아지고 혈압이 내려가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진다. 이에 따라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크게 낮춘다.
걷기는 또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풍 등 뇌혈관질환도 예방해준다. 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과 동맥경화·콜레스테롤의 상승 등의 가능성을 낮춰 뇌혈관질환을 낮춰준다. 그밖에도 활기차게 걸으면 당뇨를 예방할 수 있고, 뼈를 강하게 해 여성들에게는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있다. 더욱이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운동처방으로 걷기가 포함될 정도로 치료의 한 방편이다.
또한 걷기는 정신건강에도 좋다. 걸으면 기분전환이 되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또 우울증 약물에 비해서 단기적인 효과는 떨어지지만 꾸준히 운동한 우울증 환자의 경우 더 빨리 병세가 좋아졌으며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결과가 있다.
그 밖에도 걷기는 체내지방을 줄이는데 도움을 줘 살빼는 데도 효과가 있다. 체내 지방은 운동을 시작한 후 일정시간 후에 연소되므로 적절한 걷기는 격렬한 운동보다 몸에 탈진을 막으면서 지방을 연소시켜 준다.
어떻게 걷는 게 건강에 좋을까
속도에 따라 평보, 속보, 경보로 구분된다. 걷기 초보자라면 무리를 할 필요없이 평보로 시작한다. 걷고 싶은 만큼 천천히 걸으면 된다. 그 후 몸이 걷기에 익숙해지면 한시간에 6㎞ 정도의 속보로 최소 4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일주일에 4번 정도 걷도록 한다.
걸을 때는 시선을 15m 정도 앞으로 두고 어깨에 힘을 빼고 허리를 펴고 팔꿈치를 약간 구부린 상태로 걷는다. 또 걸을 때는 뒷발꿈치부터 대고 발바닥은 바깥쪽에서 안으로 대며 자기 키에서 100㎝를 뺀 정도의 보폭으로 걷도록 한다. 걷기를 하기 전에도 가벼운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시작하는 게 좋다.
질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면서 걷는게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는 옆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마음을 쓸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걷도록 하며, 심장병 환자는 걷는 시간을 처음에는 3~5분으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연장해 준다. 횟수는 주 3~4일 정도가 적당하다. 당뇨병 환자는 과격한 걷기가 발의 당뇨병성 괴사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물속에서 걷는 것이 권장된다.
뱃살빼려면 이렇게 걸어야
터벅터벅 걷는 가벼운 평보로서는 살빼기의 효과가 없다. 속보로 숨이 약간 가쁠 정도에서 적절한 목표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하루에 최소한 1시간 정도의 운동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 일주일에 4회 이상을 해야 감량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속보가 좋다. 내장지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근육 중 붉은 빛을 내는 적근이 많이 움직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데, 걷기가 이 적근을 사용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뱃살빼기를 위한 걷기는 등근육을 힘껏 펴고 큰걸음으로 걷되, 팔도 그에 맞춰 크게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그러나 숨이 찰 정도로 너무 빠른 속도는 오히려 안좋고 여유는 있돼, 조금 빠른 속도로 걷는게 뱃살 빼기의 지름길이다.
걸을 때도 상태 점검을
무작정 걸어서는 안된다. 걷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게 필요하다. 식욕이 없거나 변비 설사를 자주할 경우, 열이 나거나 안정시에 호흡이 곤란하고 쉽게 피로해진다면 걷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자신의 자각 증상을 잘 관찰해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에게 상담을 해서 걷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또 걷기 중에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필요하다. 땀을 흘리게 되면 세포내 염분농도가 올라가 체온이 올라가고 운동능력이 저하된다. 물이 먹고 싶다고 생각이 들면 즉시 물을 마시는게 좋다.
또 걷기가 끝난 이후에도 축적되어 있던 피로 물질을 순환시키기 위하여 정리운동으로 수 분 동안 스트레칭을 꼭 실시하도록 한다. 정리운동이 끝났으면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며 필요한 음료수를 마신다. 발의 피로는 다음날로 넘어가지 않도록 그날 마사지를 해주고, 또 가능하면 냉온 욕조에서 1분씩 번갈아가며 5~10회 정도 발을 담궈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 주는 것도 발의 피로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조경희·일산병원 가정의학과장·건강증진센터 소장)